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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 그린텍아이엔씨 대표| 영월·정선서 누수 40% 줄여 예산 20억 절감… 시장점유율 60%로 독보적 “새는 물만 막아도 미래 물 걱정은 덜어”

문수인 기자
입력 : 
2019-10-31 10:17:11
수정 : 
2019-10-31 10: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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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부족 국가에서 물 관리만 제대로 해도 미래 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국내 물 관리 시스템 분야 1등 업체인 그린텍아이엔씨 이창우 대표는 “현재 전국 각지의 상수도에서 새는 물이 전체 공급량의 30%에 달한다”면서 “누수만 줄여도 환경을 파괴하는 댐 건설 등의 물 관리 방법은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정부는 많은 예산을 투입해 누수율을 줄이기 위해 애써왔지만 누수 지점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투자 대비 실효성이 적었다”면서 “물 관리만 제대로 해도 전국적으로 새는 물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고 미래 물 부족 문제에도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자사 물 관리 시스템은 이에 대한 솔루션의 한 일환으로 자신할 만하다”면서 “실제 회사 시스템을 도입한 지역의 누수율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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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가 영월·정선 상수관망 유지관리 시스템 구축이다. 2012년 6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진행된 이 사업은 완공 후 영월·정선 지역의 물 누수를 30% 안팎으로 줄였다. 환경부 상수도 통계연보(2016년 기준)에 따르면 정선군 지역의 경우 도입 전 공급되는 물의 60%가 도중에 사라졌지만, 지금은 26% 정도만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 영월군도 도입 전 50% 넘게 물이 용처로 흘러가는 도중에 사라졌지만, 지금은 25%밖에 새지 않는다. 이로 인해 20억원이 넘는 경비가 절감됐다. 환경부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 성공사례로 선정됐다.

울산시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이 사업으로 인해 울산시는 상수도 관리에 23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특히 울산시에는 상수관망 관리뿐만 아니라 정수장, 배수지, 가압장 등 관련 시설 전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물 관리 시스템이 국내 최초로 적용됐다. 빅테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 기술이 대거 적용된 회사 물 관리 시스템의 최신 버전이다.

이 대표는 “통합 관리를 하면 그만큼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물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린텍아이엔씨의 기술력은 누수지점을 정확히 잡아내는 데 있다. 자체적인 관리 시스템을 통해 물이 새는 곳을 찾아내는데, 과거 상수도관 교체 작업은 누수 지점을 확보해 이뤄지기보다는 설치 연한이 오래된 노후관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관련 예산 투입대비 효과가 별로 없었다. 정작 필요한 곳의 관 교체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그린텍아이엔씨의 상수관망 최적관리시스템은 이 같은 관 교체 작업의 불균형을 크게 줄여 준다.

이 대표는 “물은 계속 흐르는 특성을 갖고 있어 어디서 얼마만큼 물이 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면서 “수집된 데이터의 오차를 줄여 분석해내는 것이 관건인데, 이게 회사의 기술력”이라고 자신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이 과장된 자신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실제 그린텍아이엔씨는 물 관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회사는 환경부 인증받은 신기술을 2건이나 보유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누수지점을 정확히 잡아내는 것과 관련 있는 실시간 계측 데이터 기반의 상수도 블록 유수·누수량 관리 시스템도 이 신기술에 포함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경 관련 신기술을 환경부로부터 인증 받아 합격하는 사례는 20%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는 환경부 인증 신기술 외에 15여 건의 기술 특허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 대표의 기술 투자에 대한 신념이 한몫했다.

그는 “상수관망 물 관리 시스템 개발에만 5년간 40억원 넘게 투자를 했다”면서 “중소기업이 살아남는 길은 몇 년을 내다보고 꾸준히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도 연구·개발(R&D) 비용은 매출의 3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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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 대표가 자체 개발한 상수관망 최적관리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창업 초기와 회사의 성격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회사 초기에는 해외 물 관리 관련 품목을 수입해 파는 유통회사였고, 그 이후에는 계측기 등 물 관련 제품을 국산화해 판매를 주로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회사가 단순 물 관리 제품 생산이 아닌 물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IT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ICT 기업입니다. 물 관리 시스템 구축에 있어 중요한 것이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인데 ICT 분야와 밀접하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2007년께부터 물 관리 시스템 개발에 나섰는데 그때부터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기술력 개발에 주력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빅데이터 분석기술인데, 저희는 이미 이를 물 관리 분야에 적용시키고 있었던 셈입니다.

▶회사의 기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물 관리는 크게 상수도 관리시스템과 하수도 관리시스템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상수도와 관련해서는 누수 지점 확보, 수질 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하는 상수관망 최적관리 시스템이 있고, 하수도와 관련해서는 하수관거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습니다. 또 이와 별도로 관망을 감시하고 관리하고 해석하는 시스템도 가지고 있습니다. 분리해서 말씀 드렸지만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이해하시면 쉬울 것 같습니다. 관망 해석이라는 용어가 낯설 수 있는데, 이는 일종의 예측 관리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자면 어느 지점의 수질이 갑자기 나빠졌을 때, 어느 지저까지 수질오염이 확산되는지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나눠져 있는 시스템을 현재 효율적으로 통합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통합 사례가 울산시에서 나왔습니다. 상수도와 관련된 일련의 시설 관리를 통합한 것인데, 상수관망, 정수장, 배수지, 가압장 등 상수도 시설과 관련된 시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지난해 최초로 구축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상수도와 하수도를 통합하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합니다.

▶물 관련 사업에는 어떻게 진출하게 되셨습니까.

▷창업 초기부터 앞으로 환경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해 유망 사업으로 눈여겨봤습니다. 하지만 물 관리 분야로 눈을 돌린 것은 2007년께입니다. 관련 제품의 국산화에 치중해서는 중소기업으로서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봤고, 관련 분야를 들여다보니 물과 관련된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한데 이를 눈여겨보는 기업이 없다는 데 주목했습니다. 이익 측면에서도 제품 국산화보다 시스템 구축이 더 낫다는 판단도 들었습니다. 특히 대기업들이 관심갖지 않는 분야라는 것에 끌렸습니다. 그래서 물 관리 시스템 구축을 회사의 주력 사업으로 삼았습니다.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당시 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 자체가 국내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어서 솔직히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당시에는 관련 시장도 없는 상태여서 시스템 개발 기간이 길어질수록 불안감도 커졌습니다. 물 관리 시스템 구축에 뛰어들 당시 2010년께면 관련 시장이 형성될 것 같았지만 전혀 그럴 기미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계속 기술 개발에 투자했고, 그 결과 2012년 환경부로부터 신기술로 인증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때도 이 시스템에 관심을 가져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돌파구는 어떻게 마련하셨나요?

▷그래서 기다리기보다는 직접 발로 뛰며 시장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주요 고객들인 각 지자체를 직접 찾아다니며 물 관리 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을 알렸습니다. 그러다 담양군에서 관심을 가졌고, 처음으로 저희 제품이 실사용에 적용됐습니다. 이때 설치된 시스템은 상수관망최적관리 시스템입니다. 누수 방지 및 수질관리를 중점으로 설계된 제품입니다. 현재 이 시스템은 전국 30여 지자체에 설치됐습니다. 관련 최신 버전인 통합 물 관리 시스템은 울산시 한 군데에 적용된 상태입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것이 몇 건 있어 통합 물 관리 시스템 적용 사례는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향후 이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물 관리 분야의 주요 수요처는 정부로 보이는데, 정부 발주가 끊기면 매출이 줄어드는 위험이 있을 것은 같은데요.

▷주요 수요처가 정부인 것은 맞습니다. 정부에서 수요를 줄이면 매출에도 당연히 타격이 있겠지요. 하지만 국내 상수도 노후관 관리 문제는 정부에서도 이제 막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단계입니다. 현재 환경부가 2017년부터 2028년까지 3조여원을 투입하는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시장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죠. 기술력을 바탕으로 저희는 관련 수주를 늘려갈 자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현 정부 들어 물 관리가 일원화됐습니다. 이렇게 되면 물 관리 분야의 체계적인 정책들이 더 수립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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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이 헤지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요.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회 대비 리스크가 커 지금은 ODA 사업으로만 진출하고 있습니다. 요르단의 하수처리장, 아프리카 가나의 정수장 등에 저희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하지만 향후 해외 시장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신남방정책으로 관심이 커진 아세안 지역은 깨끗한 물에 대한 수요가 우리보다 더 큽니다. 정부차원에서 관심도 많고요. 베트남 환경부에서 저희 기술에 관심을 가져 설명회를 연 적이 있습니다.

▶경쟁사들도 바쁘게 움직일 텐데요.

▷현재 저희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60%가 넘습니다. 물 관리 분야의 1등 기업이라고 감히 자부합니다. 후발 주자들이 있긴 하지만 기술력에서는 아직 저희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봅니다. 이 분야가 일종의 틈새시장이긴 하지만 장벽도 쉽게 넘기 힘듭니다. 데이터 기반 시장이라 이를 수집·분석·해석하는 기술은 관련 업력이 쌓이지 않으면 기술력을 발휘하기 힘듭니다. 물론 저희도 관련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기 위해 최소 2~3년 앞을 내다보고 R&D 개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현재 R&D 비용은 매출 대비 30%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물 관리 실태는 어떠합니까.

▷현재 전국에 공급되는 물의 30%가량이 그냥 사라집니다. 이는 국민 세금이 그냥 써보지도 못하고 그냥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물 누수만 줄여도 국가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물 누수 문제는 싱크홀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누수 현상이 계속되면 지반이 약해져 싱크홀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누수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인천 수돗물 사태에서 보듯이 물의 질 문제도 중요한데요.

▷맞습니다. 수질 관리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인천 수돗물 사태도 물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 발생한 일입니다. 물을 관리하는 시스템만 제대로 정비됐어도 인천 수돗물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 사태는 물 공급 체계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관망 해석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물 공급 체계 전환 시점을 잘못 잡아 물이 역류해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한 것이죠. 결국 누수나 물의 질 문제는 ‘관리’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매설된 상수관망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져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땅을 파기 전까지는 관망 상태와 주변 환경을 제대로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시스템은 땅을 파지 않고도 관의 상태, 물의 흐름 등을 정확히 파악해낼 수 있습니다.

▶국내 물 관리 시스템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물 관리 분야는 전문적인 분야여서 진입 문턱이 높습니다. 국내 물 관리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사람들이 모두 전문화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정부 차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가 시스템을 구축해도 운영 인력의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효율을 높이기 힘듭니다. 이에 대한 고민과 해법들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현재 매출액은 어느 정도이며 향후 목표는 무엇입니까.

▷현 매출 수준은 수주 기준으로 250억원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계속 커지는 상황에서 관련 시장 또한 많이 성장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대비를 꾸준히 해 물 관리 분야에서 1등 기업의 자리를 놓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를 증시에 상장도 시키고 싶습니다. 환경 중시 시대에 물 관리 기업이란 희소성이 증시에서도 가치를 발할 것으로 믿습니다.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0호 (2019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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